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 그 얘기는 팀장님께 먼저 해 둘걸,," 싶거나 보고서는 꼼꼼하게 다 써 놨는데 진행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멈추거나, 협조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며칠이 지나도 반응이 없어서 답.답.한적도 있지않나요..? 돌아보면 일이 멈추는 자리에는 업무자체때문이라기보다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업무를 맡게되면 그 일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누가 최종결정을 하는지, 누가 안된다고 하면 멈추는지 등)을 늘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편인데 그동안 수집해온 저만의 잼컨들을 모아 웹앱을 만들었습니다. 업무효율을 돕는다기보다는 업무효과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 메뉴를 이동해서 소개합니다.(효율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 효과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말을 떠올려보며,,)
틈(TEUM): 나부터 그리는 이해관계자 지도
https://kkot-teum.vercel.app
이해관계자 지도(Stakeholder Map)란
이해관계자 지도는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 사람과 집단을 한 장에 펼쳐 보는 도구입니다. 경영학과 프로젝트 관리에서 쓰는데, 보통은 고객, 투자자, 정부, 지역사회처럼 회사 바깥까지 넓게 그립니다.
자주 쓰는 틀이 Mendelow(1981)의 권력(영향력)-관심도 매트릭스인데 영향력과 관심으로 사람을 나눠서 누구를 얼마나 깊이 챙길지 정하는 방식이고, 흔히 네 칸으로 부릅니다.
영향력도 관심도 높으면: 가까이서 함께 관리할 사람
영향력은 높고 관심은 낮으면: 만족을 유지할 사람
관심은 높고 영향력은 낮으면: 정보를 꾸준히 공유할 사람
둘 다 낮으면: 최소한으로 챙길 사람
누구를 위한 앱인가요
결재를 받아야 하고, 다른 부서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회의에서 설득해야 하는 가시밭길 걸어야하는 사람=일이 되게끔 해야 하는 사람=저(알리)같은 실무자를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정말 우당탕탕하거든요...
보고 들어가기 전
회의 들어가기 전
업무 협조를 구하기 전
안건이 끝나고 돌아볼 때
어떻게 쓰나요
해야할 업무처리사항(안건)을 정합니다.
그 안건과 연결된 사람에 대해 입력해요.
꽃꽂이를 읽어요.(위에서 설명한 Mendelow의 권력-관심도 매트릭스를 꽃꽂이로 옮겼습니다.)
대화를 앞두면 그 사람의 꽃을 눌러 상황에 맞는 카드를 펼쳐 봐요.
카드는 내가 쌓는 기록
이 앱은 이미 있는 카드를 꺼내 쓰는 것보다, 내가 해 본 것을 카드로 기록하고 돌아보는 데에 취지를 두었습니다.
기본 카드는 출발점 앱에는 협상, 설득, 조직 정치를 다룬 연구와 책에서 이론을 가져온 카드 16장을 넣어두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 손실 회피, 상호성, 권력의 5원천, 원칙 협상(Getting to Yes) 같은 것들이고, 처음 쓸 때 참고할 만한 업무방식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화가 끝나면 기록하기 바쁠 땐 "통했어요", "그저 그래요", "안 통했어요" 중 하나만 누르고 통한 카드에는 붉은 낙관(도장)이 찍힙니다.
나만의 카드 만들기 기본 카드를 내 상황에 맞게 고쳐 쓰거나, 나만의 카드를 새로 쓸 수 있어요. 어떤 순간이었는지, 왜 막혔는지, 어떻게 해 봤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를 적으면 그게 나만의 카드가 됩니다.
안건이 끝나면 돌아보기 돌아보기에서는 날짜를 되감으며 누구의 입장이 언제 바뀌었는지 꽃꽂이로 다시 볼 수 있어요. "다음엔 이렇게"에 한 줄을 남겨 둘 수도 있습니다.
개인정보
사람 이름과 평가는 쓰는 사람의 기기, 그 브라우저에만 저장됩니다. 이름 가리기로 이름을 이니셜로 바꿀 수 있고, 앱 잠금도 걸 수 있습니다. 내보내기 기능으로 다른 기기에서도 사용가능합니다.
정답보다는 가설 검증과 암묵지의 기록
사람의 마음과 일의 흐름은 미리 다 알 수 없기에,, 가설을 세우고 확인하는 걸 돕는 보조 도구로서 기능을 상상하고 만들었습니다. 꽃꽂이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해관계의 장면이고, 해 보고, 기록하고, 다르면 고쳐가면서 쌓인 나만의 카드와 도장이 다음 안건에서 나만의 기준이 되는거죠.
만들게 된 계기는 Kathleen Kelley Reardon의 『The Secret Handshake』입니다.(꽤 예전에 쓰인 책인데 한국어판은 안나온 것 같아요.) 저자는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정치 분위기가 맞는 정도를 표로 정리하면서, 이 표가 "절대 처방보다는 일반 지침(more of a general guide than an absolute prescription)"이라고 덧붙였는데 이 앱도 취지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꽃꽂이 모양은 평소에 꽃꽂이릴스를 보는걸 좋아해서 일본 꽃꽂이 양식인 모리바나와 한국 꽃꽂이 형태를 참고했고, 김영미 님의 『차·향·꽃의 문화사』(글항아리, 2024)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아 근데 어쩌면 그냥 꽃꽂이가 하고싶었던걸지도 모르겠어요,,,)

